[도처춘풍]세자빈, 내시에게 꽂히다⑧ 雜文



 

[도처춘풍]세자빈, 내시에게 꽂히다

                                                                                                                                                story.hwp 全編

 


소문이 새어 나가면 다 모가지야!”

 

그래도 일국의 세자빈이 아니던가? 떠도는 풍문만 믿고, 일을 처리했다간 나중에 무슨 꼴을 당할지 모르는 일이었다. 아니, 이때까지만 해도 며느리와 내시들에 대한 신뢰가 아직 남아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전하! 큰일 났사옵니다.”

 

뭐야? ? 왕씨들이 다시 반란을 일으켰어?”

 

그게 아니라, 빈궁 마마가빈궁 마마가

 

빈궁이 뭐?”

 

저희들 암행조사팀의 수사망에 걸려들었습니다.”

 

내시 맞냐?”

 

, 내수(內竪 : 내시) 이만(李萬)이 맞습니다.”

 

일단 현장 상황 잘 수습해 두고, 외부에 이 이야기가 새어나가지 않게 보도제한그래, 엠바고 걸어둬라. 만약에 이 소문 새어 나가면, 네들이랑 사건 조사한 애들 다 모가지야. 알겠어?”

 

? !”

 

태조의 행동은 신속했다. 하긴, 개국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런 종류의 스캔들이 터지는 건 왕실로서는 너무도 치명적일 수밖에 없었다. 당시의 기록을 살펴보면,

 

내수(內竪 : 내시) 이만(李萬)을 목 베고, 세자(世子)의 현빈(賢嬪) 유씨(柳氏)를 내쫓았다.

 

- 조선왕조실록 태조 2(1393) 619일의 기록 중 발췌

 

왜 죽였는지, 왜 쫓아냈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되지 않고 너무도 신속하게 죽이고, 쫓아냈다. 태조의 스타일이 나온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전혀 모르는 신하들로서는 너무도 황당한 일이었다. 태조 개인으로서는 며느리였지만, 공적으로는 일국의 세자빈, 차기 중전이 아니던가? 전격으로 이루어진 세자빈 현빈(賢嬪) 유씨(柳氏)의 퇴출과 세트로 처벌된 내시 이만(李萬)의 참수형 앞에서 사람들은 동요하게 된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대간(臺諫)들이 칼을 뽑아 들게 된다.

 

일국의 세자빈이 쫓겨났는데, 이유가 없다는 게 말이 돼?”

 

말이 안 돼지.”

 

그럼 우리가 나서야 하지 않겠냐?”

 

(상략) “가만히 보건대 내수(內竪) 이만(李萬)이 참형(斬刑)을 당하고, 현빈(賢嬪) 유씨(柳氏)가 내쫓겨 사제(私第)로 돌아갔으나, 나라 사람들이 그 이유를 알지 못하여 의심하고 두려워함이 그치지 않습니다. 원하옵건대, 전하께서 좌우(左右)의 친근한 사람을 법사(法司)에 내려 국문(鞫問)해서 나라 사람들의 의심을 없애게 하소서.”

 

임금이 노하여 우산기상시(右散騎常侍) 홍보, 좌습유(左拾遺) 이조, 사헌중승(司憲中丞) 이수, 시사(侍史) 이원, 형조 정랑(刑曹正郞) 노상을 순군옥(巡軍獄)에 내려 가두었다.

 

- 조선왕조실록 태조 2(1393) 621일의 기록 중 발췌

 

이것들이 뻔히 알면서 나 망신 주려고 이러는 거지? 당장 이것들 잡아들여!”

 

태조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당시 태조는 현빈의 자만 나와도 바로 이들을 옥에 가두기 시작했다.

 

태조의 주장은 이러했다. 집안 문제고, 들춰내서 좋을 거 없는데, 왜 들춰내 사람 곤란하게 만드냐는 것이다. 당시 태조는 현빈에 관련 돼 발언을 한 이들을 모두 잡아들여 국문을 했고, 귀양까지 보내게 된다. 하긴 자기가 정말 귀여워하는 막내아들의 아내. , 자기 며느리가 궁 안에서 자신이 수족처럼 부리는 내시와 불륜을 저질렀다니, 어느 누가 화가 나지 않겠는가? 시아버지의 마음으로서는 당연한 행동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어린 나이에 시집와 생과부 신세로 살아야 했던 현빈과 비인도적으로 거세 되어 여자와의 접촉을 원천적으로 차단당해야 했던 이만의 마음도 헤아려 볼 만하지 않을까? 과거의 사실을 현대의 잣대로 판단하는 건 무리가 따르겠지만. 그들도 사람이지 않은가? 사람의 마음이란 게 참 오묘하다는 걸 확인하는 순간이다. <>

 


덧글

  • badoc 2016/03/13 08:09 # 답글

    이성주 작가의 엽기여인사 ‘도처춘풍’(到處春風)을 새롭게 시작합니다. 우리 역사 속 다양한 여인들의 삶을 다루는 ‘한국판 섹스 & 더 시티’.

    일찍이 딴지일보 기자 생활을 했고, 뒤이어 미디어몹, 드라마몹, 드라마틱에서 여성들이 원하는 ‘달달한 기사’들을 썼다. 처음엔 ‘호기심’으로 시작해, 이후 ‘재능’으로 확인돼 <스포츠 투데이>와 <스포츠 한국>에서 4년 넘게 섹스, 남성 심리, 부부관계에 관한 칼럼을 썼고, 비뇨기과학회에 비정기적으로 글을 쓰게 됐다. 이때 각종 의학 논문과 기사를 접하였고, 남자와 여자의 성의학은 물론 심리를 연구하게 되었다.
    드라마 스토리텔러, 잡지 취재기자, 칼럼, 시나리오 공모전 당선 등 다양한 이력 덕분에 쌓아올린 내공으로 MBC 라디오 <아침의 행진>에서 ‘이성주의 숨겨진 3분의 진실’을 진행하며 입담을 과시하기도 했었다. 일찍이 인터넷과 신문, 잡지 등에서 기발하고 독창적인 글쓰기로 유명했으며, 한때는 전쟁사 연구에 푹 빠져 민간 군사 전문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 무렵 써낸 책들이 《펜더의 전쟁견문록 상·하》와 《영화로 보는 20세기 전쟁》이다.

    또한 역사는 고루하지도, 현실과 괴리되어 있지도 않으며, 언제나 현실과 함께 있다고 믿고 있는 저자는 역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독창적 글쓰기 활동으로 문화 전반을 종횡무진 넘나드는 문화콘텐츠 창작자이다. 역사책은 딱딱하고 고루해야만 하는가, 역사책은 재미있으면 안되는가 하는 생각에서 『엽기 조선왕조실록』을 시작으로 『엽기 조선풍속사』, 『엽기 세계사』 등을 펴내며 기존의 문투에서 탈피해 색다른 글쓰기로 역사 읽기의 새바람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또한 일찍이 인터넷과 신문, 잡지 등에서 기발하고 독창적인 글쓰기를 해왔으며, 전쟁사 연구에 푹 빠져 민간 군사전문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 무렵 써낸 책들이 『팬더의 전쟁견문록 상·하』와 『영화로 보는 20세기 전쟁』이다. 이 외에도 역사에 영향을 끼친 성 이야기를 담은 『역사의 치명적 배후, 성』을 펴냈다. 지금은 삼성경제연구소 ‘SERI CEO'에서 강의 중이며, 최근엔 예술인들이 모여 있는 지방으로 이사해 글 쓰는 작업에만 매진하는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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