食客散策 21* 남도홍어 食客散策



[맛집칼럼 55] 남도의 징한 맛을 선사하는 ‘남도 홍어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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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대 2013-01-10

▲ '남도 홍어마을'의 조광현 사장     © 오산시민신문

처음으로 만난 삭힌 홍어는 충격 그 자체였다. 어린 시절 재래식 화장실에서 맡던 그 강한 암모니아 냄새가 나는 이 음식들을 왜 전라도 사람들이 좋아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러나 경제성장, 유통구조의 발달과 더불어 이 냄새나는 징한 맛의 삭힌 홍어는 전국 어디 가나 맛볼 수 있는 고급 웰빙음식이 되었다.
 
삭힌 홍어의 톡 쏘는 맛은 상어와 홍어류 등 연골어류에는 삼투압 조절에 필요한 요소와 TMAO(trimethylamineoxide)가 다량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육질에 부패세균이 증식하기 전에 암모니아와 TMA(trimethylamine)로 분해되어 코를 찌르는 냄새를 낸다. 단백질은 분해되지 않고 오돌오돌 씹히는 맛이 그대로 남아 있으면서 홍어의 독특한 맛을 내는 것이다.
 
고려 말에서 조선 초에 걸쳐 동ㆍ서ㆍ남해안을 가리지 않고 왜구가 창궐했다. 적게는 수 척, 많게는 수백 척의 배를 타고 출몰해 노략질을 일삼았다. 양민을 닥치는 대로 살해하거나 납치하고, 부녀자 겁탈, 방화 등 그들의 행악은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왜구 토벌에 한계를 느낀 고려와 조선 조정은 외딴 해안 마을이나 주요 섬의 백성들을 내륙으로 이주시키는 정책을 폈다. 이른바 공도(空島) 정책이다. 당시 영산현으로 불린 흑산도 일대 섬주민은 지금의 나주시 영산포로 이주했다. 영산포와 영산강의 지명은 바로 영산현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흑산도를 떠나온 주민들은 겨울철 농한기에는 영산강을 따라 배를 타고 고향 바다에 나가 특산물인 홍어 등의 물고기를 잡았다. 그런데 돌아오는 뱃길이 돛단배로 사흘에서 닷새가 넘게 걸렸다. 그 사이 홍어가 변했다. 아까워 버리지 않고 먹어 봤더니 냄새는 좀 고약했으나 탈도 나지 않고 괜찮았다. 그렇게 입맛이 들린 뒤로는 일부러 삭혀 먹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도 홍어를 발효시키는 기술은 흑산도나 목포보다는 영산포가 단연 최고다.
 
▲ '남도 홍어마을' 홍어무침     ©오산시민신문

바이킹의 후예 이이슬란드인도 삭힌 홍어 즐겨
 
홍어는 영어로 스케이트(skate) 또는 레이(ray)라고 하는데 영양이 풍부하고 독특한 풍미가 있어 서양에서도 귀한 대접을 받는다. 대부분의 서양 사람들은 주로 날개 부분만을 잘라내 요리한 스케이트윙을 선호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싱싱한 홍어를 일부러 삭혀 먹는 종족이 있으니 바로 바이킹의 후예인 아이슬란드 사람들이다.
 
이들은 홍어뿐만 아니라 상어와 청어까지 삭혀서 먹는다. 아이슬란드는 북유럽의 섬나라로 스칸디나비아 반도, 영국, 아일랜드와 그린란드 사이에 있는 바다 한가운데에 있다.
 
국토 면적 순위에서 남한 바로 위로 세계에서 남한과 영토 면적이 가장 비슷한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인구수는 고작 30만 명 정도밖에 안 된다. 하우카르틀이라는 상어를 삭힌 음식의 고향이다. 삭힌 홍어를 아이슬랜드 말로는 빌투 스퀴투(Viltu Skotu)라 하는데 영어로는 ‘썩은 홍어(rotten skate)’라고 알려져 있다. 삭히는 법과 먹는 방법도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껍질을 벗기지 않은 홍어의 내장을 제거하여 토막 낸 후 흐르는 물에 씻어 진액과 피를 제거한 다음 바닷가 자갈밭에 묻고 큰 돌을 덮어둔다.
 
전 세계에서 삭힌 홍어를 먹는 문화가 한쪽은 왜구들의 노략질로 생겨났고, 한쪽은 무인도에 상륙한 해적 바이킹들이 먹고 살기 위하여 생겨난 음식문화라고 생각하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 '남도 홍어마을' 홍탁삼합의 홍어와 돼지고기     © 오산시민신문

고단백질 음식으로 심혈관 질환, 소화촉진에 효과 커
 
홍어회는 관절염, 류마티스질환에 좋다. 소화 숙취, 감기 치료와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또한, 고단백 식품으로도 각광받는다. 뇌졸중, 심혈관 질환 및 심부전증 예방효과가 크다. 몸에 좋은 각종 미네랄과 단백질이 풍부하다. 알칼리성 식품으로 진해거담, 소화촉진에 효과가 있다. 삭힌 홍어는 조선 후기의 학자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도 나오는데,  '나주인들은 삭힌 홍어를 즐겨먹는데, 탁주 안주로 곁들여 먹는다'고 기록되어 있을 만큼 오래된 발효 음식이다. 홍어의 '홍'자와 탁주(막걸리)의 '탁'자를 따서 붙인 이름이 '홍탁(洪濁)'으로 삭힌 홍어의 톡 쏘는 맛과 탁주의 텁텁한 맛의 조합에 홍어를 제대로 먹을 줄 아는 술꾼들은 여기다가 비곗살이 붙은 삶은 돼지고기에 묵은 신김치까지 곁들여 먹는데, 이를 '홍탁삼합 (洪濁三合)'이라 하여 최고의 안주로 친다.
 
운암5단지 맞은편의 상가 1층에 위치한 남도홍어마을의 조광현(55), 최유숙(50) 내외는 전남 무안사람이다. 원래 무안에서 8,000여 평의 밭에 수박, 마늘, 양파 등의 특수작물들을 경작하던 농사꾼이다. 전남 고흥 살던 누님이 뷔페식당을 하면서 함께 일할 것을 요청해 와 농사짓던 땅을 세를 주고, 식당을 하게 되었다.
 
3년을 채우고서는 이제 다시 농사일로 돌아가려고 하던 차에 마침 오산에 살면서 인근의 아파트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손위 동서네에 올라와 보름정도를 머물게 되었는데,  이웃으로 함께 살자는 윗동서의 청으로 마침 비어 있던 가게가 있어 그 자리를 얻어 남도 홍어마을 2005년 3월에 열게 되었다고 한다.
 

▲ 홍어와 돼지고기에 묵은 김치를 싸서 먹는 홍탁삼합은 안주의 백미     ©오산시민신문
처음의 위치는 근처의 농협이 있는 건물의 북쪽 끝에 위치한 현재의 홍어1번지 자리라고 한다. 그 자리에서 2년 정도 장사를 하다가 건물에 병원이 들어오면서 약국을 하기 위해 자리를 내어주고 2007년 4월에 현재의 위치로 옮겼다고 한다. 물론 병원이 너무 위층에 자리잡고 운영이 안 좋아 두 달여 만에 문을 닫은 후 약국 역시 문을 닫고 이후 남도 홍어마을이 잘되었던 자리이므로 홍어를 취급하는 ‘홍어 일번지’가 들어오게 된 것이라 한다.
 
칠레산 홍어는 너무 많이 삭히게 되면 짜지고 오히려 맛이 떨어진다고 한다. 또한 찜이나 탕 등 홍어를 불에 올려 조리하면 자극성이 더 강해져서 먹기 힘들어 하는 손님들이 많았다고 한다. 홍어도 너무 많이 삭히면 좋아하던 분들도 세점 이상은 먹기가 힘들어 해 보름 정도를 숙성시킨 홍어가 냄새와 육질, 맛에서 가장 뛰어나고 무난하기에 이것을 손님들에게 제공한다고 한다. 제일 많이 나가는 메뉴로는 홍어와 무안산 낙지와 병어찌개, 조기찌개라고 한다. 조기와 병어는 싱싱한 생물을 구해와 바로 냉동시켜 사용한다고 한다.
 
홍어회(국내산)50,000원, 홍어찜(칠레산) 40,000원, 홍어회(칠레산) 30,000원, 홍어삼합(칠레산)30,000원, 홍어무침(칠레산)20,000원, 홍어탕(칠레산20,000원) 조기찌개(국내산) 20,000원, 병어찌개(국내산) 20,000원, 돼지고기수육(국내산) 20,000원, 해물파전 10,000원, 무안세발낙지(1마리, 국내산) 6,000원, 무안낙지연포탕30,000원, 무안낙지볶음 30,000원, 무안산낙지 30,000원, 겨울철의 메뉴로는 굴탕 20,000원, 굴물회 15,000원, 굴회 10,000원, 과메기 20,000원, 숭어회가 있고 봄에는 병어회, 여름에는 민어회를 취급하는데 횟감은 목포에서 공급받는다. 문의전화는 372-1543이다.

부리부리박사 권영대 강남성형회과 원장 psdrowl@hanmail.net

기사입력 : 2013-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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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덧글

    • badoc 2018/12/23 22:10 # 답글


      [백년명가 ②] ‘만만한 게 홍어X’라 불리게 된 이유는


      [일간스포츠] 입력 2010.01.20 09:45

      홍어삼합을 시키면 간혹 홍어의 ‘서비스 부위’가 서너 점씩 딸려 나온다. 썰린 모양만 봐선 어딘지 쉽게 짐작할 수 없다. 주인이 생색내며 주는 특수부위는 주로 코· 애(간)· 거시기(성기)다.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므로 무엇이 가장 맛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코는 5kg홍어에서 100g정도 밖에 안 나올 정도로 양이 적기 때문에 귀한 대접을 받는다. 맛 역시 독특하다. 삼합에 쓰이는 부위인 날개보다 3배 정도는 더 톡 쏜다. 다른 부위보다 빨리 삭기 때문이다. 게다가 투명한 겉모습에서 알 수 있듯 매우 미끌미끌하다.

      애는 홍어의 간이다. 보통 홍어가 들어오면 바로 분리해 그 채로 상에 올린다. 참기름을 뿌린 듯 노란 기름기가 좌르르 흐른다.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부들부들 마치 연두부나 푸딩같다. 한 입 깨무는 순간, 차가우면서도 고소한 맛이 입 안 가득히 퍼진다.

      마지막으로 거시기는 홍어의 고환. 수컷 홍어의 몸에 두 개 있다. 여기서 잠깐, 옛날부터 전해오는 말 ‘만만한 게 홍어 X’은 무슨 뜻일까. 맛이 없어서 일까. 그건 아니다. 홍어 고환은 홍어 몸에서 가장 쉽게 ‘쏙’ 빼낼 수 있는 부위이기 때문이다. 갈고리로 찍으면 ‘훅’ 하고 빠져 티도 나지 않는다. '영산포 홍어' 김 사장은 “옛날 홍어집 주인들이 가게 앞을 지나던 손님에게 막걸리와 함께 대접용으로 늘 내놓던 것이 바로 홍어 거시기였다. 들릴 때마다 안주로 나오니 만만하다는 말이 나온 것”이라고 전한다. 다른 설도 있다. 홍어는 맛이 부드럽고 더 차지다는 이유로 암컷이 수컷보다 비싸다. 그래서 ‘수컷 홍어는 배에 오르자마자 거세당한다’는 소문이 있다. 유래야 어찌됐든 맛만은 혀에 착착 달라붙을 정도로 차지고 쫄깃쫄깃하다.

      5Kg홍어 1마리를 예로 들면, 평균적으로 날개가 2kg. 나머지는 그 외 몸통과 머리 쪽 살이다. 과거엔 홍어 아가미, 일명 구섬치도 인기였으나 요즘은 거의 먹지 안 먹는다. 과거엔 아가미 한 점이면 막걸리 서너 사발은 거뜬히 마셨다고 한다. 유난히 질겅질겅해 씹어도 씹어도 입 속에서 안 없어졌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배워보는 홍어 상식

      ‘홍어 1번지’숙성실에선 공장장 홍재석(47)씨가 홍어 손질에 한창이었다. 매캐한 암모니아 냄새가 가득했지만 그의 표정은 생동감 넘쳤다. 삭고 있는 홍어 한 마리 한 마리는 그의 예술작품이었다. 숙성실엔 흑산도산과 칠레산 홍어가 있었다. 우리 입으로 들어오기까지 홍어는 어떤 손질과정을 거치는 지, 흑산도산과 수입산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지 배워봤다.

      수입산은 들어오자마자 먼저 해동부터 시킨다. 자연적으로 녹을 때까지 놔두는 것이다. 해동이 되면 내장을 제거한다. 애(간)는 손님상에 올라가고 위는 젓갈을 담는데 쓴다(숙성실 한 켠에선 미니풀장 만한 바구니 속 가득 담긴 홍어 위를 손질 중이었다). 다음이 삭히기다. 삭힌 홍어는 볼살· 꼬리· 날개 순서로 분리한다. 그런 다음 센 물로 씻고 껍질을 벗긴다. 흑산도 홍어는 해동과정이 없다. 나머지 과정은 수입산과 동일하다.


      흑산도 홍어는 전체적으로 황금빛이 나고 수입산은 검은빛이 돈다. 껍질 벗겨져 상에 올라왔을 땐 색깔만으로 구분하기 힘들다. 흑산도산이 더 붉긴 하지만 비교대상이 없으면 구분이 어렵다. 흑산도산과 칠레산 두 가지를 차례로 먹어보니 흑산도산이 더 차지고 쫄깃했다. 그만큼 더 오래 씹어야 했다. 칠레산은 부드러웠다. 또, 같은 기간 삭혔음에도 불구하고 흑산도 홍어의 톡 쏘는 맛이 더 강했다. 맛으로 판별하는 것도 일단 두 가지를 모두 경험해 봐야 가능하다.

      나주·목포=이상은 기자 [coolj8@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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