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과 늙은이 외 雜文



어르신과 늙은이

아침 일찍 산에 다녀오던 중, 중학생 또래 애들 3명이 스쿠터를 타고 지나치면서 별안간 쌍욕과 이상한 손가락 짓을 하고 히쭉 웃으면서 도망가더군. 어이가 없어서... 근데 이 녀석들, 밭에서 일하는 노인에게도 아무 이유도 없이 욕을 하고 줄행랑~ 그 부모들은 누구인가? 어른들에게 묻지마 쌍욕을 하면서 나름 쾌감을 느끼는 것인지 몰라도 그럼 왜 도망을 가는가?

인터넷 동영상을 보니 기가 막힌다. 전철 안에서 노인한테 주먹 날리는 시늉도 모자라, 반말로 욕 하면서 소리치는 처자는 뭐 하는 사람인지 몰라도 참 보무당당하다.
나이 먹으면, 늙은이 행동거지 더럽다고 도매금으로 욕을 먹는 사회가 되었지만 늙은이가 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진정한 어르신이 되는 방법을 연구해 봐야 되지 않을까?

2011년 7월 26일



양념닭발

어제,
차일피일 미루던 이발을 하러 퇴근길에 발 닿는 대로 처음 가 보는 이발소 문을 열고 들어갔다. 평소 이용하던 동네 미장원이나 목욕탕내 이발소는 시간이 잘 안 맞아 평일에는 못 가고 드디어 어제, 겉에서 보기에는 모범업소라고 쓰여 있는 눈에 잘 안 띄는 골목 이발소를 찾았다. 문을 빼꼼 열고 들어가니 손님은 없고 희미한 조명 아래, 빈 이발의자에 기대있던 비쩍 마른 슈베르트 모습의 이발사가 날 반기더니 앉으란다.

드디어 이발 시작... 아~ 미스터 슈베르트님은 중중 지체장애를 가진 분이였다. 몸을 힘겹게 움직이며 내 머리에 가위질을 하는데 숨 쉴 때 마다 고약한 냄새가 나서 참기 힘들었다. 좀 있으니 옆에 커텐 쳐 놓은 공간에서 후덕한 아줌마가 나타나서 나를 단칼에 꽈당 눕히고는 얼굴에 무지하게 뜨거운 수건을 올려놓고는 칼을 들었다. 그 면도사 아줌마에게서는 양념닭발 볶음 냄새가 진동했다. 커텐 뒤에서 두 분이 무지하게 많이 드신 모양이었다.

아~ 왜 하필 여기에 왔나... 눈을 꼭 감고 두 가지 바램, 다른 손님이라도 빨리 들어왔으면 하는 것과 제발 실수로라도 면도칼이 내 얼굴이나 목에 악의적인 상처를 내지 말았으면 하는 바램을 하면서 빨리 이발소를 나가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내가 그렇게 공포스러운 이발소를 갔었다니... 집에 가서 머리를 다시 감고 얼굴에 발라진 화장품을 깨끗이 씻어버리고 밥을 먹었다. 닭발 냄새가 난다.

2012년 4월 10일




보훈병원

2년 전 어느 날부터 간헐적으로 가슴이 답답하고 왼쪽 팔도 저리고, 이런 증상이 수 분간 진행되다가 없어지고, 협심증이 의심되기도 하여 내과를 찾아가 약을 복용하기 시작 했지요.
심 혈관 조영 촬영 대신에 심장 CT도 찍었는데 아주 가벼운 관상동맥 외부 석회화 증상이라더군요.
하루 두 번 먹는 약만 복용하는데 더 이상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니트로글리세린은 한 번도 사용할 일이 없었고요.

보훈처에서 협심증이나 고혈압 치료를 받는 참전유공자에게 상병등급을 준다기에 그간 치료 받은 진단서와 처방전 등을 챙겨가지고 믿져 봐야 본전이라 생각하고, 보훈병원으로 고엽제 검진 받으러 갔더니 심란하더라구요. 내가 제일 건강하고 젊어 보입디다. 난방도 어설픈 소강당 비슷한 곳에서 이미 늙어버린 역전의 용사들이 가득 모여 앉아서 순번대로 호출되어 의사1명(원래는 2명 이라함)에게 매우 사무적인 1차 검진을 받더군요.

스탠트 시술을 받지 않은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환자 외에, 일반 고혈압 치료를 받는 경우는 등외 판정을 줍니다. 나도 정상이라네요. 그래도 고속도로 통행료는 50% 감면해 주고 보훈수당 월 30만원 주니까 덜 서운해요. 그리고 언젠가 죽으면 현충원에는 상이등급이 없어서 못가고 국립호국원에 화장하여 안치시켜 준다는데, 배우자는 나중에 받아주고, 문제는 호국원도 고객이 넘쳐서 만원이랍니다.
아 참, 오산 시에서도 한 달에 5만원 용돈 줍니다.

2013년 1월 1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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